아침 6시 30분, 일찍 출근해 커피를 내리며 제품 창고 쪽을 봤습니다. 그곳에는 오늘 출고 예정인 OTM210 제품이 조용히 포장된 채 대기 중이었죠. 이번 건은 조금 특별합니다. 단순한 매트형 유흡착제가 아니라, 양면에 스판본드를 융착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양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사양요청이 들어오면, 작업 반장님이 조금 예민해 지십니다. 생산 효율이나 수율, 원가 같은 현실적 조건을 넘어서야 하니까요. 오늘 출고되는 이 제품도 생산 과정 내내 몇 번이고 손이 더 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개발을 완료했고, 납품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유흡착패드 “이걸로 한 번 더 테스트해보실래요?”
초기에는 고객사에서도 반신반의한 분위기였습니다. 스판본드를 양면에 융착하면, 흡착 성능이나 유연성 때문에 저희도 완벽히 장담하긴 어려웠어요. 그래서 개발팀과 생산팀이 머리를 맞대고 여러 차례 샘플을 제작했고, 고객사 담당자분께도 중간중간 확인을 요청드렸습니다.
한 번은 중간 샘플을 보내드렸더니, 다음 날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겉면 느낌은 괜찮은데, 접착 부위가 조금 뻣뻣해서, 바닥에서 들뜰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다시 원단 배합을 바꾸고, 융착 온도도 조정해가며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건 아니었지만, 기존 제품 구조 안에서 '다르게' 만드는 일이 더 까다로웠습니다.
특수 사양 요청, 모두 납품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이번처럼 실제 납품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고객의 요청은 분명했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융착 공정이 추가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재료비나 공정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가도 높아집니다. 수율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장의 불량이 전체 납기 일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요청은 샘플까지만 진행하고, 납품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조금 아쉽지만, 동시에 ‘이걸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기술개발이라는 게 결국 반복된 실패와 실험의 연속이니까요.
양면 융착, 고객은 왜 이런 사양을 원했을까?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번 요청도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건 아니었습니다. 작업자들이 매트를 자주 이동시키는 환경인데, 일반 유흡착제는 한쪽 면이 쉽게 마모되어 수명이 짧았다는 거죠. 그래서 양면에 보호용 원단(스판본드)을 융착해 마모를 줄여보자 한 겁니다.
결국 고객은 기능보다 “현장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 겁니다. 그리고 그 요구가 저희 기술팀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되었고요.
티투컴이 믿는 건 ‘시도해보는 힘’입니다
출고를 앞둔 제품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건이 비록 대량 납품으로 이어진 건 아니지만, 그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대응했다는 게 더 의미 있습니다. 고객의 필요를 너무 쉽게 판단하지 않고, ‘일단 만들어보자’고 움직인 게 결국 오늘 이 결과를 만들었으니까요.
지난번 글 “기계에서 샌 기름, 누가 처음 발견했나요?” 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제품이라는 건 단지 물성이나 사양으로만 평가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고, 왜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하는 태도에서 진짜 신뢰가 생깁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실험을 준비합니다
티투컴은 단순히 유흡착제를 만드는 업체가 아닙니다.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필요를 먼저 상상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설계하고, 때로는 다시 돌아가 수정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오늘 출고된 이 제품처럼요.
앞으로도 양면 융착처럼 조금은 까다롭지만 ‘현장 중심’의 요청이 있다면, 저희는 계속해서 시도하고 실험해볼 생각입니다. 납품이 되든, 되지 않든, 그 과정을 통해 다음 제품이 더 좋아질 수 있으니까요.
조금은 더디더라도, 그게 티투컴이 걸어가는 길입니다.
티투컴 김병우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