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투컴, 15년 공장을 떠나며: 유흡착제를 만드는 공간이 남긴 것들

2025. 9. 18.
티투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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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컴, 15년 공장을 떠나며: 유흡착제를 만드는 공간이 남긴 것들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큰 시간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경북 경산시 하양읍 하양로 312. 티투컴이 지난 15년간 자리했던 이 공장에서의 마지막 가동일이었거든요...

오늘을 마지막으로 '경산시 하양읍 하양로 312' 에서 '경산시 진량읍 아사길 31-14' 으로 확장 이전 하게됩니다.

 

아침 출근길, 익숙한 간판을 지나 입구를 열고 들어섰을 때, 괜히 한 번 더 둘러보게 되더군요. 창고 앞 나무, 커피 냄새 배인 사무실, 그리고 매일같이 들락날락했던 출하장까지… 모두 익숙하고 편안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오늘만큼은, 바닥에 남은 작은 기름 자국들까지도 유난히 또렷해 보였습니다. 아마도 ‘이제 떠난다’는 마음 때문이겠지요. 이 공장에서 시작한 유흡착제 사업이, 이제는 새로운 공간에서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기름 한 방울에도 책임을 묻던 시간들

티투컴의 제품은 화려하거나 눈에 띄는 물건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고객이 처음에는 ‘기름 좀 더 잘 닦이는 제품인가요?’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하나같이 말합니다. “이거, 깔아두길 잘했네요.”

유흡착제라는 건 결국,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도구입니다. 기름이나 화학물질이 새기 전에, 혹은 새더라도 퍼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장치. 그리고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이 공장에서 수많은 실패도, 수백 번의 테스트도 겪어왔습니다.

한 장 한 장의 매트, 하나하나의 펜스가 완성되기까지, ‘정말 이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까?’라는 질문을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품을 단순히 출하할 땐 몰랐던 무게감이, 오늘 이 공간을 떠나며 비로소 실감나는 것 같습니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성장한 고객들

이 공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실 설비나 제품보다도 ‘사람’입니다. 처음엔 작게 시작했던 거래처가, 이제는 전국 유통망으로 확장된 분들도 계시고, 기름 유출 사고를 겪은 이후로는 작업장마다 매트를 상비해두는 업체도 생겼습니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기름 흐름을 도면처럼 그리며 설치 방법을 고민했던 현장, 한밤중에 급히 펜스형 유흡착제를 요청받아 바로 출하했던 날, 그리고 “이 제품 괜찮네요. 다음에도 꼭 부탁드릴게요”라는 말 한마디에 하루 피로가 사라졌던 순간들까지…

그런 고객들과 함께 만든 15년이기에, 오늘의 이사도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다음 여정을 위한 ‘연결’처럼 느껴집니다.

 

더 나은 환경, 더 깊은 책임

진량읍 아사길 31-14. 새로운 공장은 이전보다 넓고, 설비도 훨씬 개선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유흡착제의 생산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요청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좋아졌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강한 기준과 더 정밀한 대응을 요구받게 될 수도 있겠지요. 유흡착제는 ‘그냥 흡수만 잘 되면 되는’ 제품이 아닙니다. 어떻게 설치하고, 어느 위치에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새로운 공간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일할 겁니다. 고객이 보내온 현장 사진을 함께 보며, 흘러나온 기름의 경로를 분석하고, 필요한 제품을 조합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제안하는 것. 그게 티투컴이 가진 실무 대응력이고, 지금까지 신뢰받아온 방식이기도 하니까요.

 

공장은 옮기지만, 마음은 그대로

하양읍 공장을 정리하며 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창고 안을 둘러봤습니다. 한쪽 벽면에 스티커 메모가 여러 장 붙어 있더군요. “12시까지 출하”, “점검 완료 후 포장”, “고객 요청 사양 확인” 등등. 그냥 지나쳤던 메모들이, 오늘은 하나하나 마음에 남았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도, 이런 메모들이 다시 쌓여가겠지요. 우리는 다시 처음처럼, 하지만 더 단단하게 유흡착제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기름이 새는 현장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 현장에서 저희 제품이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고마운 마음 하나

15년 동안 이 작은 공장에서 나눈 모든 고민과 대화, 시험과 실패, 그리고 협업과 신뢰. 그 모든 것들이 티투컴이라는 이름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믿습니다.

이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오늘, 그 출발점에서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름 걱정 없는 현장을 위해 존재한다.”

 

티투컴 김병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