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반가운 연락 하나를 받았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이메일을 열어보고는 잠시 눈을 의심했죠. 의료용품 제조업체로부터 공동 개발 제안을 받은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당사의 기존 제품인 ‘CH430 케미칼 흡착포’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 개발이 가능하겠느냐는 문의였고요.
사실 이쪽 업계에서 먼저 제안을 받는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수동적으로 제안서를 보내거나 납품 요청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바이어가 먼저 ‘이런 걸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는 건 제품에 대해 신뢰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작은 불편이 계기가 되다
의료현장이라는 곳은 의외로 깨끗함 끝판왕만은 아닙니다. 각종 약품, 시약, 분석실의 유기용매, 그리고 오늘처럼 실험실과 생산라인 사이에서 다뤄지는 케미칼들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강력하죠.
이번에 연락을 준 업체는 ‘의료용 필터 패드’ 라인을 운영하는 회사였습니다. 관계자분 말에 따르면, 최근 케미칼 보관소에서 경미한 유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일반 흡착포로는 확실하게 제거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잔여물이 남아 다른 실험에도 영향을 줄 뻔했다네요.
그때 누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당사의 ‘CH430 흡착포’ 샘플 후기를 우연히 봤고, 그걸 써보고 나선 이야기가 급물살을 탔다고 합니다.
"CH430이 왜 좋았냐고요?"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한 흡수력’입니다.황산 98%, 수산화나트륨 30%라는 높은 농도의 케미칼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흡수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요. 멜트블로운 공법을 적용한 고흡착 섬유 구조 덕분이죠.
대부분의 흡착제가 물이나 유류는 어느 정도 수용하지만, 산이나 염기와 같은 고위험 케미칼에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흡착하려다 오히려 유해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의료 제품 생산현장처럼, 한 번의 잔여물로 다음 생산라인이 오염되거나, 사용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곳에선 ‘그냥 잘 흡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공동 개발 첫걸음
현재는 당사 CH430 포맷을 베이스로, 상대 업체가 필요로 하는 규격과 형태 — 예를 들면 ‘약품 트레이에 딱 들어가는 사이즈’나 ‘오염 경로를 따라 붙일 수 있는 필름형 접착 패드’ 등의 가능성을 논의 중에 있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포인트는 “제품에 무엇을 더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불편함을 해결할 것이냐.”
기존에 없던 신기술을 넣고 무언가를 과시하려는 게 아니라, 이 현장에는 어떤 조건이 있고, 그 안에서 어떤 제약과 리스크가 있는지를 앞쪽에 두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야 진짜로 필요로 하는 제품 개발이 가능하니까요.
물론 이렇게 커스터마이징이 진행되면 제조단가나 생산공정이 조금 더 복잡해질 수도 있지만, 편리보단 활용이 더 중요한 법입니다. 이 제품이 누군가의 실험실 한켠에서 조용히 제 역할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실험과 약품 교체 사이에서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함께 만든다는 감각
우리 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이번 역시 제품을 써보고 좋았다고, 미팅에서 담당자분이 꼽아 준 몇 마디가 유독 마음에 남습니다.
“안전을 설계한 제품 같았어요. 믿고 써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우리가 제품을 만들 때, 더 깊이 고민하고, 더 집착해(?) 시험하고,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걸 준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번에는 또 어떤 업종에서, 어떤 용도로 문의가 들어올지 기대해 봅니다.작은 흡착포 한 장이 누군가의 실험을, 작업을, 심지어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든다면, 그보다 더 실용적인 일은 없으니까요.
티투컴 김병우 드림




